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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클리경향] 문훈숙 단장 인터뷰 보도
등록일 2009-12-07 조회 6985




[문화]“발레 자주 봐야 매력 느낄 수 있어

2009 11/24   위클리경향 851호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 한국 발레 대중화 이끌어

“한국 창작발레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더욱 여성스러워 보이는 까닭은 선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춤을 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문훈숙.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알려져 있는 그는 이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단장으로서 한국 발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한국 발레계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25주년, 그리고 발레 인생 40년을 맞은 문훈숙 단장(46)을 만나 발레의 대중화와 발레의 이해에 관해 물었다. ‘영원한 발레리나’ 문훈숙 단장의 머릿속에는 온통 발레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왜 ‘발레의 대중화’를 생각하게 됐습니까.
“현역으로 춤을 출 때 ‘발레 대중화’의 필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은퇴한 후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레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저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어요. 10명 가운데 9명은 발레를 어려워하였고, 어렵다는 이유로 발레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한국발레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해 왔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서는 발레를 즐기는 많은 관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저는 뮤지컬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발레에 뮤지컬이 더해진 ‘발레 뮤지컬 심청’을 만들었고, 발레단의 문을 개방해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발레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탐방 프로그램인 ‘발레 엿보기’를 만들었습니다. ‘오픈 리허설’을 진행해 발레를 사랑하는 분에게 화려한 발레리나의 모습이 아닌 일상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고,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해설과 함께 공연을 꾸준히 진행해 관객층을 넓혔습니다. 이 뿐 아니라 정기 공연에도 공연 전 작품해설과 공연 중 실시간 자막 등을 시도해 발레를 어려워하는 관객들을 위해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발레단, 친절한 발레가 되도록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일반인은 발레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일단 발레를 봐야 합니다. 음식도 먹어 봐야 맛을 알고, 사람도 만나 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말이죠. 그리고 한 번 만난 친구보다는 두 번, 세 번 만난 친구가 더 가깝고 친근감 있듯이 발레도 자주 본다면 그 매력을 느낄 수가 있을 겁니다. 거의 모든 춤의 기본은 발레입니다. 현대무용, 재즈, 스포츠댄스를 하는 모든 사람은 발레를 거쳐가요. 아무래도 발레의 기본 자세, 기본 스텝 등이 다른 무용을 하는데 기초를 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김연아 선수로 대표되는 피겨 스케이팅과 다른 체조 선수들에게도 발레는 매우 필요한 준비 단계이죠. 미스 코리아, 연기자, 모델 지망자들도 발레기초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아무래도 발레의 기초가 있는 사람은 몸의 움직임을 배우고, 음악을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관객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한층 성장한 ‘국민 발레단’으로 거듭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자선 바자, 올림푸스와 함께한 ‘암 환우 초청공연’, 소외 계층 대상 ‘객석 나눔 프로그램’, 발레단원과 직원들의 유니세프 아우 인형 자선 프로그램 참여 등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발레 엘 시스테마’였습니다. 가난한 소년에서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을 탄생시킨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운동을 발레에 접목시켜 ‘발레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를 탄생시켰죠. 이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발레 관람의 기회를 주고 발레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를 선발하여 장학생으로 교육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선발된 아이는 우연히도 탈북한지 얼마 되지않은 9세 소녀였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찌나 눈물이 앞을 가리던지…. 이 아이가 꿈을 펼치는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더라고요.”

한국 발레의 수준을 평가해 주세요.
“한국은 발레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야만 수준 높은 발레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교육받은 많은 학생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있고, 세계적인 발레단에도 입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레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남성 무용수의 병역문제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국제콩쿠르 수상으로 혜택을 받긴 하지만 극히 소수입니다. 스포츠와 달리 발레를 전공하는 남자는 수가 적은데 병역 문제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 폭넓은 혜택을 주어 남자 무용수들을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 이야기에 근거한 발레와 한국 이야기를 근거로 한 발레가 성격상 서로 다릅니까?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던 중 우리의 전래동화에서 찾았습니다. 부모 사랑을 주제로 한 <심청>, 남녀 사랑을 주제로 한 <춘향>, 형제애를 담은 <흥부 놀부>가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 창작발레인 <심청>은 1986년 아시안 게임 기념작으로 초연을 가졌고, 지난 23년 동안 계속 수정·보완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춘향>은 고양 아람누리와 공동제작해 2007년에 초연했습니다. 한국 창작발레의 특징을 말한다면 남성 무용수의 춤에서는 힘이 넘치는 남성미가 느껴지고, 여성 무용수의 춤에서는 섬세한 우아함과 동양의 여성미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양 발레보다는 남성무용수와 여성무용수의 춤 성격이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한국 창작발레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더욱 여성스러워 보이는 까닭은 선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춤을 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을 외국의 다른 발레단과 비교해 주세요.
“파리오페라 발레단은 1661년, 마린스키 발레단은 1740년에 만들어졌어요. 200~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발레단과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저희 발레단을 굳이 비교한다면 2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니버설발레단뿐만 아니라 한국발레는 전체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고,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저희 발레단의 경우 1992년부터 마린스키발레단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라 바야데르> 등 고전발레 작품을 그대로 올려 마린스키발레단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발레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직은 서양 무용수에 비해 한국 무용수의 연기적 측면이 조금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하게 된 필연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제가 발레를 처음 시작한 것은 7살 때였어요. 당시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면서 동생와 함께 발레를 시작했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연습을 하러 갔는데 그것이 평생 나의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리틀엔젤스예술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선화예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리고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이후 차근차근 발레리나의 삶을 산 것 같아요. 필연적인 계기라기보단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네요. 지금은 유니버설발레단의 CEO로 살아가지만 아직 나의 발레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발레단을 이끌어나가는 CEO의 삶도 나의 발레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국제부·설원태 선임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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